태양을 등지고 또 내일을 향하여... 2007.10.19.
개펄냄새
- 정양 -
어금니 갈아 끼우는 동안
한 달 가가이 조개 속살을 먹고 살았다
이 세상에는 무슨 조개들이 그리 많은지
노랑조개나 모시조개, 꼬막이나 생합이나 바지락 말고도
이름 모를 벼라별 조개들을 먹는 김에 다 먹어 보았다.
초장에 찍어 날것으로도 먹고 구워도 먹고
쌀과 녹두를 섞어 죽을 쑤어 먹기도 했다.
그 중에 제일로 많이 먹은게
흔하고 값싸고 맛있는 바지락이다.
먹을 때는 전혀 몰랏는데 삼시세끼 조갯살만 먹고
한 일주일 지나면서부터는 트림을 하거나
방구가 나올 때마다 희한하게도 그 속에서
매콤시큼한 개펄냄새가 나곤 했다
사람살이에 가장 요긴한 것들을
하늘은 애당초 흔전만전 차려 놓앗다고 하거니와
햇빛이나 땅덩이나 물이나 공기도 물론 그렇거니와
땅에서 나는 풀 중에서도 이 세상에
흔전만전 자라서 흔전만전 번지는 쑥잎이
사람 몸에 제일로 좋다고도 하거니와,
잡아도 잡아도 흔전만전 잡히는 개펄의 그 바지락이
아닌게아니라 오장을 윤택하게 하고 눈도 밝아지고
정력에도 좋고 술독 푸는 데도 그만이라고들 한다.
이빨 다 갈아 끼운 뒤에도 나는
변산반도 그 옆구리에 있는
사람들 바글바글 모여드는 바지락집을
시도 때도 없이 자주 찾아가곤 하지만
그 정도로는 트림을 해도 똥을 누어도
정다운 개펄냄새가 나지 않는다
바지락집 오가는 바닷가
흔전만전 누워 있는 개펄 위에는
바다새들이 쑤월거리며 흔전만전
그리운 냄새를 쪼아먹고 있다.
정양/1968년<대한일보>신춘문예로 등단.
시집으로<까마귀떼><살아있는 것들의 무게>등
오이도 갯벌에서
2007.10.19.
Ansogang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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